캐나다에서의 자영업

변함없는 아침 루틴

오버이지 2024. 4. 30. 21:54

오늘도 어김없이 너무나도 익숙한 오프닝을 맞는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는 동시에 내 모든 감각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을 시작한다.   냉장고의 웅웅 거리는 소리가 난다.   벽면에 붙어있는 어항에서는 먹이를 원하는 물고기들의 보채는 소리가 난다.   천장 위의 팬에서 나오는 텁텁한 공기는 문밖에서 들어오는 공기와 빠르게 섞여 돌아간다.   화장실의 불을 켜고 밤새 고여있던 변기들의 물을 내린다.    

 

주방으로 들어가며 오랜시간 반복해 온 아침 루틴이 시작된다.   우선 싱크대로 달려가 뜨거운 물을 받아 흘려보낸다.   밤새 굳어 있을 수 있는 하수 파이프를 깨우는 것이다.   그다음은 밥을 짓는다.   우리 가게의 메뉴 특성상 두 종류의 밥을 하는데 하나는 타이쌀, 즉 재스민 쌀이라고 불리는 푸석푸석한 느낌의 쌀과 또 하나는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캘리포니아산 한국쌀이다.   밥을 안치고 나면 꽁꽁 얼어있는 식재료들을 냉동고에서 꺼낸다.   새우와 오징어, 관자 등이 그것인데 큰 용기에 담아 찬물을 흘려보내며 해동시킨다.   재료들을 해동시키는 동안 소스들을 만들어 채우고 정리한다.   그 밖의 부재료들, 파 레몬 버섯 브로커리 아보카도 등을 손질해 담는다.   이제 그사이 어느 정도 해동이 된 재료들을 손질할 시간이다.   껍질을 까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칼집을 넣고 일 인분 단위로 용기에 담아 준비한다.   

 

분주하게 주방을 오가는 사이에 아내가 그날 손님테이블에 나갈 빵과 함께 보충해야 할 음료와 술들을 가지고 들어온다.   우리 일을 도와주는 서버도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다.   아내와 서버는 예약상황을 확인하며 테이블을 셋팅한다.   포크와 나이프를 싸고 물과 얼음을 챙기고 빵을 썰고 버터를 자른다.   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문을 열고 오픈 사인을 켜고 내가 선곡해 놓은 노래를 흘리며 영업을 시작한다.

 

지난 20여년간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지만 매일매일 반복하는 아침 루틴은 내 육체와 감각이 학습되고 기억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주방준비를 마치고 가게의 입구를 바라보며 다짐해 본다.   오늘 우리 가게를 찾아주시는 모든 손님들이 제각각 다양한 이유로 모여들겠지만 그들 모두가 가게의 음식을 먹고 만족한 서비스를 받고 가게문을 나설 때 기분 좋은 기억이 잠시나마 남아있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