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No One
누군가 내게 '당신의 최애 비틀스 곡은?'이라 묻는 상황을 대비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기억이 난다. 나름 비틀스 마니아를 자청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그 곡이 훌륭하다고 치더라도 'Hey Jude' 나 'Yesterday'를 들먹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 또한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아도 라디오에서나 혹은 특별한 취향을 찾아보기 힘든 카페에서 흘러나오기 십상인 'Let it be' 나 'Black Bird' 같은 곡도 일단 제외한다. 그렇게 간추리고 간추려도 그들의 수많은 명곡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매운다. 결국 신중하게 그들의 명곡을 고르기를 포기하고 순전히 나의 취향에 자문해 본다. 우연히 접하게 되었을 때부터 그 노래에 빠져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랑이 변치 않는 곡들을 떠올려 보았다. 언제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처음 내 귀를 통해 들어와 내 가슴에 새겨져 그 이후로 수백 번 수천번을 들어도 항상 내 감성을 울리는 곡... 물론 그렇게 추리고 요약해도 단 한곡에 도착하기는 힘들지만 그 목적지 언저리에 처음보이는 곡이 바로 이 노래다. For No One... 이 곡은 비틀스의 1966년 앨범인 "Revolver"에 실린 폴매카트니 발라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노래이다. 죤레논 역시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폴이 만든 노래 중에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로 'For no one'을 꼽았다는 뒷얘기도 있다. Revolver 앨범에 실린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곡은 비틀스가 함께 활동할 당시에는 단 한 번도 라이브로 공연되지 않았다. 그만큼 스튜이오 레코딩에 중점을 둔 그들의 대작앨범임에 틀림없다.
글쎄... 이 노래의 무슨 요소가 이토록 내 가슴에 파고들었을까... 그것은 뭐니 뭐니 해도 폴매카트니가 만들어내는 멜로디이다. 내가 생각하는 폴의 작곡 기법이 완벽하면서도 심플하게 표현된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C 키에서 베이스 라인을 B, A, G로 하나씩 내려가는 것이 굉장히 쿨하고 서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거기서 Bb 으로의 반전 역시 폴 만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벌스가 끝나고 코러스로 넘어가면서 진행되는 Dm와 A의 반복... 거부할 수 없는 마이너키의 정수는 아주 쉽게 내 가슴 한가운데를 정통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시작되는 프랜치호른의 솔로... 폴이 흥얼거린 멜로디를 프랜치호른의 대가 '알란 씨블'이 몇 번이나 수정하며 완성했다는 뒷얘기가 있다. 또한 노래의 짜임새에 있어서도 인트로 없이 바로 시작되는 보컬과 마지막 역시 후주 없이 코러스의 마지막 가사로 마무리되는 스타일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내 가슴에 절절하게 파고든 요소인 것 같다.
사실 For No One은 비틀스의 곡이긴 하지만 두 명의 비틀스 멤버만이 참여한 곡이다. 폴과 링고이다. 물론 폴이 곡을 쓰고 보컬과 건반, 그리고 베이스를 담당했고 링고가 드럼과 셰이커를 담당했다. 그리고 세션으로 참여한 프랜치호른의 알란 씨블이 곡 전체에 흐르는 감성을 잡아주었다. 이곡에 쓰인 중요한 악기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클라비코드'라는 건반이다. 현이 장착된 건반악기들 중에서는 최초라고 알려져 있는 클라비코드의 사운드를 깔아줌으로써 이 곡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로크의 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이 모든 악기구성의 뒤에는 프로듀서인 죠지 마틴의 공로가 숨어있었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의 천재성이 발휘된 또 하나의 걸작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던 것이다.
사실 내가 처음 이 곡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 가사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중학교 때 처음 듣자마자 그저 그 멜로디에 홀딱 반해버렸기에, 물론 노랫말의 해석도 불가능했지만 무엇에 관한 노래일까를 고민해 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가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면서 이 곡이 이별의 노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노래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폴은 여러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나 최근에 출간한 책에서도 약간의 언급을 하고 있으나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다만 노래가 발표된 시점과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노래는 그 당시 폴이 사귀었던 제인 에쉬어 와의 사랑과 다툼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는 설이 유력하다고들 한다. 그 당시 폴과 제인이 함께 보낸 스위스의 어느 스키 리조트에서 폴이 화장실에서 갑자기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노래는 그저 흔한 이별의 노래가 아니다. 두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는, 혹은 상황을 바라보는 빗겨나간 시선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폴이 처음 이곡을 만들었을 때의 제목은 "Why did it die" 였다고 하니 두 남녀의 헤어짐을 여러 감정으로 해석해 내는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임에 틀림없다.
Your day breaks, your mind aches
아침이 오고, 네 마음은 아프고
You find that all her words of kindness linger on when she no longer needs you
그녀가 더 이상 너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그녀의 모든 상냥한 말들이 맴도는 것을 알아
She wakes up, she makes up
그녀는 일어나서, 화장을 해
She takes her time and doesn't feel she has to hurry She no loner needs you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또한 그럴 필요를 못 느껴 너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지
And in her eyes you see nothing No sign of love behind her tears Cried for no one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너는 아무것도 못 봐 그녀의 눈물에는 사랑의 흔적이 없어 누구를 위한 울음도 아닌 거지
A love that should have lasted years
몇 년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사랑이었는데 말이야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yet you don't believe her when she says her love is dead
넌 그녀를 원하고,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이제 끝났다는 말을 믿지 않아
You think she needs you
그녀가 아직 너를 필요로 한다고 넌 생각해
You stay home, she goes out
넌 집에 머물고, 그녀는 외출을 해
She says that long ago she knew someone but now he's gone She doesn't need him
오래전 알고 지낸 사람은 이미 떠났고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그녀는 얘기해
Your day breaks, your mind aches
너의 아침이 밝고, 너의 가슴은 무너져
There will be times when all the things she said will fill your head You won't forget her
그녀가 말한 모든 게 너의 머리를 꽉 채울 날이 오게 될 것이고 너는 결코 그녀를 잊지 못해
For No One의 노래가사 첫 벌스에 사용된 Your day breaks는 아침이 밝아온다는 뜻도 있겠지만 너의 하루가 깨진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She makes up 역시 화장을 한다는 뜻이 있는 반면 결심을 한다는 의미도 숨어있다. 폴은 이런 중의적 표현을 쓰면서 두 사람의 상반된 감정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그는 더 이상 필요치 않고 그녀의 눈물의 의미 속에도 그를 찾을 수 없다. 반면 그는 그녀를 아직도 원하고 그녀가 그를 아직도 필요로 한다고 착각한다. 결국 그녀와 그의 서로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그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사랑에 대해 후회한다.
For No One...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이라는 이 제목이 내게는 '너 만을 위한..'으로 들려 오랜 시간 아끼게 되는 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이유는 왜일까...
나의 커버 버젼은 아카펠라와 피아노로 시도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