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식당을 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에 제일 먼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위치일 것이다.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 우리 가게는 그런 면에서 철저하게 양면적인 위치에 있다. 시내의 한복판에 위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 꼭꼭 숨어있는 상태라고 하면 맞는 말 일 것이다. 다운타운의 오피스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에 위치한 우리 가게는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는 상당히 편리한 곳이다.
서울로 따지자면 광화문이나 종로 2가의 어디메쯤 일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재택근무 같은 말은 없었을 시대에, 말 그대로 오피스마다 직장인들이 넘쳐나던 시대에, 런치 시간이 되면 다들 회사 밖으로 쏟아져 나와 거래처 사람들과의 런치 미팅, 혹은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 아니면 모처럼 프라이빗을 즐기기 위해 친구들과의 점심약속을 치르기 위해 어디론가 분주하게 이동하는 곳이다.
그런 요충지(?)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게는 사람들의 눈높이를 완전히 무시한 곳에 위치해 있다. 오래된 상가 건물의 2층, 그것도 한쪽 코너에 돌아앉아 있어 찾기가 여간 힘들뿐더러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오더라도 가게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음식배달 업체의 사람들이 주소를 보고 찾아와도 가게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어, 겨우겨우 찾아와서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럼 나는 왜 하필이면 이런 후미진 곳에 위치한 신비주의에 가까운 가게를 시작하게 된 걸까? 물론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 다운타운이라는… 밀집지역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가게를 인수하려는 내 결심을 도왔다. 섣부른 자신감도 한몫하였다.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나름의 독창적인 콘셉트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음식 맛에 아무리 찾기 어려운 곳 일 지라도 잠재 고객들이 줄을 서서 들어올 것이다라는 자신감 없이는 장사를 시작하기 어렵다.
가게가 수난을 겪기 시작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가게를 인수한 시점은 2008년 3월이었다. 사실 2006년 무렵부터 캐나다는 3년간 정도의 호황기를 누렸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 호황의 끝자락에 가게를 인수한 것이었고 머지않아 세계적인 금융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 가게는 사람들이 찾기 힘든 위치에서 아예 꼭꼭 숨어버린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모든 지난 일들은 추억거리가 되고 막연한 무용담이 될 수 있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정답이다. 자영업을 방해하는 거시적인 상황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갑자기 쏟아진 홍수로 한 달 넘게 가게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때도 있었고 코로나라는 재 재앙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물론 내가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 모든 일들에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낸 스토리가 뒤따르지만 피할 수 있는 일은 피하고 신중하게 고려할 일은 신중해야 한다. 메뉴나 인테리어는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동선은 바꾸기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진 스타셰프나 대박 연예인이 아닌 이상 잠재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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