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만 해도 이곳 캐나다에서는 식당을 홍보하는 방법으로 가장 보편적인 것이 전단지를 배송하거나 입간판을 세우거나 혹은 교민신문에 광고를 내는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집으로 배송되는 전단지를 물론 꼼꼼하게 읽어 보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안 어딘가에 쌓아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리를 걸으면서도 안 보던 광고 간판을 보면 ‘여기가 뭐를 파는 곳이지?’하며 눈여겨보기도 했고, 혹시 교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가게라면 매주 무료로 발간되는 교민신문에 광고를 싣는 것이 가장 전달력이 높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읽을거리에 목마른 교민들은 한인마트나 교회 같은 곳에서 교민신문을 픽업하는 것이 일과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느 정도 대화 거리가 떨어질 때쯤 이면 새로 생긴 식당 얘기로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히 교민수가 절대적으로 작은 내가 사는 도시의 경우 거의 산골마을 수준이라서 사람들이 둘 이상만 만나면 어느 어느 가게의 음식 얘기를 넘어서 ‘그 가게 주인이 바뀌었다더라…’, ‘그 부부가 이혼했다더라…’, ‘그 집 주방장 아들이 어디 어디 학교에 입학했다더라…’ 하는 정말 영양가가 1도 없는 소문들을 정보랍시고 교환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은 입소문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보편적인 위력으로 작은 가게들의 매상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터무니없이 내려가거나 하는 신기하고도 겁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딘가 새로운 가게를 방문할 때면 우선은 그곳의 기본정보를 간단히 검색한다. 메뉴와 가격을 알아봄과 동시에 사진 등을 보며 분위기를 파악하고 페이스북 이나 인스타그램 등도 체크한다. 그리고 나를 비롯해 요즘 가게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평점과 리뷰를 본다. 나부터 도 굳이 식당이 아니더라도 물건을 구입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볼 때면 내 판단 기준의 최우선순위에 평점을 올려놓게 된다. 예를 들어 여행지의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곳을 예약할 때, 그 호텔이 누구나 들어서 아는 호텔 체인이거나 별이 몇 개짜리 고급호텔이거나 하는 것으로 판단하던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상의 여러 예약 사이트를 찾아 가격대비 가성비를 따지고 무엇보다도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사용후기를 꼼꼼히 읽어본다. 리뷰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그 시설의 모든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으니 우리가 얼마나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나 하고 매번 놀라게 된다.

세상이 이렇다 보니 가게를 하는 입장에서는 인터넷상에 쉽고 노출되는 평점이나 리뷰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우리 가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찾아주는 단골들이 대부분이고 그분들은 지금에 와서 가게에 대한 평점이나 리뷰를 남길 필요도 없고 그러지도 않지만, 간혹 처음 오는 손님들이 음식 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나름대로 맛도 음미하면서 음식 평론가의 입장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도 우리 가게는 다른 식당에는 존재하지 않는 우리만의 독특한 음식과 맛이 있고 무엇보다도 아내가 손님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좋게 비쳐서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간혹 평점뿐만 아니라 우리의 서비스에 대한 긴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그때마다 가게 운영에 대한 새로운 활력을 찾기도 한다.
몇 년 전에 가게 내부공사를 한 일이 있었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하면서 가게에서 손님을 받을 수 없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던 때에 과감하게 이곳저곳 손을 보기 시작했다. 간판도 새로 만들고 페인트도 새로 칠하고 조명도 바꾸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과연 코로나가 언젠가는 끝이 나는지, 사람들의 외식 문화가 다시 돌아오는지, 내 운영 자금이 버텨낼 수 있을지… 솔직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한 대로 내부수리를 마친 가게는 조금은 더 고급스럽고 아늑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감사하게도 팬데믹은 앤데믹의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직은 과도기라서 그런지 혹은 사람들의 외식패턴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불경기인지 알 수 없지만 가게가 옛날 같은 매상을 되찾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자영업자 모두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고 있고 조금씩 이나마 가게가 활기를 되찾고 있어 다행이다. 이제 새롭게 단장된 가게에 사람들이 모이고 각각의 소중한 시간들을 우리 공간에서 나누고 있다. 공사를 하며 불안했던 마음이 사람들이 공간을 메우며 이루어낸 인테리어로 녹아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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